행복이란 말처럼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단어가 또 있을까. 험한 세상을 살면서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세상이 힘들고 각박한 만큼 행복을 갈망하는 마음은 더욱 커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행복에 관한 가르침은 수없이 많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는 성서의 가르침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모든 것을 비우면 행복할 것이다"는 부다의 가르침도 그렇다. 독일의 행복 전도사인 안젤름 그륀(Anselm Gruen) 신부의 설파도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그는 행복을 갈망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 넣는다. 쉬어가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 멀리 있는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을 때 인생의 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TV만 켜도 행복하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된다느니, 즐겁게 지내야 된다느니, 가족 간에 화목해야 된다느니, 수없이 많은 처방과 조언들이 홍수를 이룬다. 며칠 전 만난 필자의 지인도 "인생 별것 없으니 재미있게, 즐겁게 사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역설했다. 사실 그렇게 보면 행복이 별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늘 행복을 갈망할까.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행복을 돈으로 살수 있다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일 행복을 돈으로 살수 있다면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 반대로 행복을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불행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에 대한 답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돈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를 일이다. 행복마저 부의 소유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면 세상 살맛이 나겠는가. 다른 요소가 분명 있다. 각자의 행복은 각자의 몫이라는 점에서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은 분명히 \'각각의\' \'각각에 의한\' \'각각을 위한 것\'이란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교사가 학교에서 행복하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2023년 42회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노조연맹이 교사 1만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87.01%)이 교단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90%가 현재 학교에서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행복하지 않다면 아이들도 행복할 수가 없다. 학교는 교사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로 \'공존 공유하는 장소\'이며, 상호 \'소통하는 공간\'이다. 이런 점에서, 교사가 행복하지 않다면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이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모두가 경험했듯이, 아이들은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학년이 낮을수록, 학교 급간이 낮을수록 그 영향은 매우 크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 아이들이, 중학교 아이들보다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초등학교 아이들보다는 유치원과 유아원 아이들이 더욱 교사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마음이 따뜻한 교사, 아이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교사,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교사, 그런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이미 행복한 교사가 어떤 존재인지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상에 나간다. 그들이 세상에 나가면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롭게 마주할 세상을 아이들이 어떻게 바라보게 될 것이냐는 그들이 어떤 교사를 만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학교는 세상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이는 "세상의 거울은 학교"란 말의 역설이기도 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교는 세상의 축소판이고 세상은 학교의 축소판\'이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교실과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학교를 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된다. 교사들이 왜 행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답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 문학박사 (중부매일)